매일 사설과 칼럼을 필사하고 있다. 일주일째다.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내 글쓰기 여정에 필사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필사했던 글들은 대강 이렇다. 조부모가 친부모가 있음에도 손자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아동의 권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설, 상식을 키워드로 대선 후보의 상식 이하 발언을 비판하는 칼럼, <설강화> 논란을 정치의 미학화와 예술의 정치화로 바라본 컬럼 등이다.
그냥 읽는 것보다 연습장에 손으로 일일이 베껴쓰면서 글을 더 세심하게 읽게 된다. 세심하게 읽으니 주제에 대한 배경과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할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 필사한 칼럼은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칼럼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한 미국 대통령들은 연임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한 번 휘리릭 읽고 넘어갔다면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졌을 내용이다.
또 필사를 통해 글의 구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어제 필사한 경향신문 칼럼, "상식 이하의 실언과 상식 이상의 실언"은 상식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해 시대정신으로서의 상식의 성격 등을 규정한다. 그리고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대통령 후보의 상식을 언급하고, 마지막으로 상식 이상의 발언을 하는 정치가를 보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윤후보의 발언을 보며 내가 막연하게 했던 생각들을 상식이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철학자인 글쓴이의 탄탄한 논리가 바탕이 돼 있었음은 물론이다.
짧은 사설 하나라도 손으로 일일이 베끼는 일은 꽤 고통스럽다. 글이 길면 손이 욱신욱신 아파온다. 하지만 필사하는 과정에서 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핵심이 되는 생각이 뭔지 파악하게 되고, 글이 내게 체화되는 것 같다. 이게 필사가 가진 힘인것 같다.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신문을 펴놓고 필사를 하면 조금 부끄러울 때가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외골수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컴퓨터를 사용하면 글을 읽는 게 아니라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 힘들고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당분간은 손으로 일일이 베끼는 방법을 고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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