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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여행🥽

사주카페 갔다 온 날 [매일쓰기 3]

by 만늉이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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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갑자기 사주를 보고 싶었다. 전에도 '사주를 한번 봐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좀 쑥쓰럽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두렵기(?)도 해서 망설여졌었다. 어제는 마침 사주카페가 많은 강남cgv 뒷편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사주카페는 내가 있던 카페에서 걸어서 2분 정도 떨어진 건물 3층에 있었다. 건물 앞에 다다라 잠깐 고민했다. , 가지 말까? 오후 1시에 할 일 없이 사주카페를 드나든다는 게 내 자신에게 창피하기도 했고,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망설임도 잠시,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었다.

 

내 사주는 처음 사주카페에 들어갔을 때 나를 안내했던 분이 봐주셨다. 생년월일시를 묻고, 최소 20년은 돼 보이는 책을 뒤적이더니, 진료차트 같은 종이에 무언가 한자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한자 적기를 마치고 내 사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호기심으로 찾았던 이유가 컸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내 성향과 기질을 잘 설명해내는 게 재밌었다. 예민하고, 생각과 판단이 빠르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 저것 삶의 앞으로의 방향성도 조언해줬다.

 

아버지는 이따금 우리 가족의 사주 이야기를 종종 하시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들을 때마다 흘려 들었다. 별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근데,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 사주 풀이를 들어보니 주역을 바탕으로 한 사주 명리학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생년월일과 같은 정보만으로 한 사람에 대한 대략의 정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걸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원리는 뭘까? 하는 의문이 머리에 멤돌았다.

 

돌아오는 길에 주역에 관한 책을 한 권 샀다. 세련되지 못한 책 디자인과 나의 편견 때문에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권 뒤적이던 책에 나열식으로 빼곡하게 적힌 한자들도 나를 압도했다. 한 십분 동안을 고민하다가 이정도면 읽을 만하겠다고 생각된 한 권을 골라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입한 책을 앞장부터 읽고 있는데 내 앞으로 노인 두 분이 앉으셨다. 그 중 한 분이 내가 읽고 있는 책의 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며 말했다. "요즘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도 없는데, 그리고 주역 책을 다보네." 요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잘 안거는데... 특이한 사람끼리 만났네요. 할아버지의 그 오지랖이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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