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만에 다시 시를 읽기 시작했다. 학생 때는 입시를 위한 시 읽기였다면, 이번에는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읽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언론사에서 일했었다. 내게 주어진 일은 단순한 역삼각형 스트리에트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천자 내외의 기사를 작성하는데 한참을 끙끙댔다. 나의 부족함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생각이 짧았고, 아는 게 많이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음공부에 집중한다는 집중한다는 변명으로 독서량이 적었던 까닭이었다. '비우려 했던 마음은 비우지 못했고, 머리만 비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 머리를 채워야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강남 교보문고에 갔다. 신문기사 작법에 관한 책을 한 권 고르고 한바퀴 둘러봤다. 계산대 근처 시집을 모아놓은 코너에 눈길이 갔다. 이 참에 시를 좀 읽어볼까?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시집들을 뒤적이며 한 편, 두 편 빠르게 읽어갔다. 시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대에 잠깐 서서 읽던 순간의 감정과 느낌은 생생하다. 시 읽기의 매력이 뭔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어제는 도서관에서 만해 한용운 시 전집을 빌렸다. 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친숙한 이름에 끌렸다. 전집에 수록돼 있는 나의 꿈이라는 시 중 일부.
"당신의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아름답다. 무뎌져 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기사를 쓰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한 시읽기다. 하지만 시에는 그것 이상의 매력이 있다. 일상의 건조함에 무뎌진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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